이런 일로 두 번이나 부모님을 오시라고 하고 싶지 않았다. 이번엔 한국어가 가능한 여동생을 대동하고 아버지가 오셨다. 댁의 아이가 공부에 전혀 뜻이 없고 친구들과 선생님을 매우 힘들게 하여 움틈학교에서 더는 지도가 어렵다고 했다. 통역이 나서서 뜻을 전달하기도 전에 아버지는 이미 뭐라 할 말이 없다는 표정이다. 마음 굳게 먹었으나 아버지를 보고 있자니 흔들렸다.
정종운 구로구가족센터장 올해 들어 부모의 호출을 받고 한국으로 이주하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 문제는 이들에게 한국어가 난공불락이라는 점이다. 일찌감치 영어에 노출된 한국 아이들과 견주면 안 된다. 최근 한국에 오는 아이들은 꿈에서도 한국어를 쓸 일이 없었다. 10대 중반에 이른 지금, 자모음과 어휘를 배워서 문장을 이해하고 교과 내용을 소화해서 학업을 이어가는 게 얼마나 가능할까?
이렇게 고등학교에 갈 수 있을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가거나 취업을 할 수 있을까? 애타고 조급한 사람만 여럿 생겨나고 있다.
그래서 중학교에서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시키면 좋겠다고 했다. ‘헉! 이게 무슨 말인가! 오죽하면 부모를 불러 위탁 해지를 알렸겠는가!’ 이주배경 고등학생의 진로지도가 이리 대책 없이 힘들다는 얘기로 듣기로 했다.
정종운 서울 구로구가족센터장
이 칼럼은 세계일보 2024.8.14.일자에 제재된 내용입니다. 원문보기 [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더워서 지친 게 아니다 | 세계일보 (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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